서버 프로그래머 = 서버에 컨텐츠를 얹는 프로그래머???

상용 네트워크 엔진이 보급되면서 네트워크 모르는 네트워크 프로그래머, 서버에서 필요한 기술 모르는 서버 프로그래머가 생겨났다. 그런데 이게 꼭 네트워크 엔진의 보급 때문은 아니다.

상용 네트워크 엔진의 보급이 늘기 전에도 사실 서버 프로그래머라는 직군에 좀 웃기는 현상이 일어나긴 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MO,MMO)들의 네트워크/서버 소스코드 상당 수가 거의 몇 안되는 사람들 손에서 나왔다.
이게 처음 만들땐 까다롭지만 일단 제대로 돌아가는 정도가 되면 특별히 커스터마이즈가 많이 필요한것도 아니고 크게 바뀔일도 없어서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엄청나게 재사용됐다. 하나 만들어 놓은게 있으면 그걸로 몇 타이틀씩 만들었다. 게다가 만든 사람이 이직하거나 퇴사해서 새 회사를 차리면 또 그대로 사용했다. 그리고 새 회사에서 또 분기가 일어나면 거기서 또 사용하고… 물론 법적인 문제가 있지만 그 시절엔 많이 그랬다.

하여간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를 뽑을때도 굳이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지 않고 서버에 컨텐츠를 얹는 프로그래머를 뽑았다. 서버 프로그래머라는 직군으로.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기술은 둘째치고 학원 몇개월 수료한 정도로 기본기가 없는 사람들도 엄청 뽑아댔다.
이미 돌아가는 게임 유지보수이거나, 게임 A에서 스킨만 바꾼 게임 B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투입할거라 싸고 만만한 사람 뽑으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원래 소스를 작성한 프로그래머도 없고 그 소스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도 없고 분석 가능한 사람도 없는 상태가 됐다. 그 이후는….진짜 버그 못잡아서 망하는 게임 속출했다.

이게 꼭 서버쪽만 이런건 아니고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인데 상용엔진이 일상적으로 쓰이기 전에도 그래픽스 모르고 2D스프라이트 처리도 할줄 모르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가 넘쳐났다. 이쪽은 ‘클라이언트에 컨텐츠를 얹는 프로그래머’다. 2000년대 중반까지 안망하고 MMORPG를 서비스한 회사라면 대개 회사에 슈퍼맨 한명씩은 있었는데 그 슈퍼맨들이 만들어놓은 엔진이 있었거든.
어쩌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도 뜨끔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10년쯤전에 이 상황이 절정이었고 그러다가 모바일 세상이 됐다. 요새 다시 모바일에서 PC로 넘어가려는 업체들이 보이는데 거기서 일하는 서버 프로그래머는 진짜 서버 프로그래머인지,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는 진짜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인지 궁금하긴 하다. 뭐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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