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초등학교때였던걸로기억, 88년 아니면 89년 아니면 90년쯤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학교 다녀오면 (오후 1-2시정도) 피카드 함장(엑스맨의 자비어 교수)이 주인공인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을 시청할 수 있었다.
그 중 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찾아보니 ‘When the Bough Breaks’ 라는 제목이었다.
내가 스타트렉 에피소드 기억하는게 많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꽤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다.
줄거리를 대충 적어보자면….
엔터프라이즈호가 우연히 초고대문명의 알데아 행성을 발견한다.
그 알데아 행성의 인간들은 엔터프라이호의 아이들을 넘겨달라고 요구하는데 엔터프라이즈호에서 거절하자 애들을 납치하고 엔터프라이즈호는 3일 거리로 날려버린다.
아이들을 납치한 이유가 알데아 성인들의 생식능력이 사라져서(불임) 종족이 멸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측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의 집약체인 어떤 장치(검색해보니 방어막 때문이라 한다) 때문임을 밝혀낸다.
결국 알데아 성인들은 엔터프라이즈호의 설득에 아이들을 돌려주고 자신들이 의존해오던 장치를 끄고 종족을 보존하는 길을 선택한다.
뭐 그런 얘기였음.
여기서 소름 돋는게 극중에 그들의 초과학기술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납치한 아이를 앉혀놓고 알데아 성인이 기계를 갖다주며 이걸로 조형해봐라, 연주해봐라 라고 하며
‘너한테 (손)스킬은 필요없고 그냥 네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된다’
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3D프린팅처럼 조형물이 생성되고 음악이 자동으로 연주되고 그랬다. 당시에는 꽤나 놀라웠고 저런 세상이 진짜 올까 싶었다.
요 근래 AI로 코드 생성하고 그림 생성하고 음악 생성하고 그러는거 보면서 그 스타트렉 에피소드가 곧바로 떠올랐다. 그런 세상이 오긴 왔네.
그런데 후반부에 가면 밝혀지는 사실이 더 인상적이었다.
알데아 성인들이 되게 대단해보이지만 사실 바보였다는거.
그들은 선조들이 남겨진 기술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소위 말하는 ‘무지성’으로 넘겨받은 기술을 사용하기만 했을 뿐 내용을 알지 못하고 컨트롤 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엔딩 즈음에 알데아 성인중 높은 사람이 자기들의 기계장치를 바라보며 ‘이제 새로 배워야 하는군’ 이라고 중얼거렸던 것이 기억난다.
요새 AI의 의존하는 꼴이 딱 해당 에피소드 같아서 하는 얘기다.
위키피디아의 줄거리 요약엔 알데아 성인들이 전혀 기술을 통제할 능력이 없었다는 내용은 없어서 제미나이한테 내가 기억하는 내용으로 물어보니 아래와 같이 답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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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
오랫전에 그 에피소드를 시청했는데 알데아인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맹목적으로 사용할 뿐 제어할 능력을 상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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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 점이 바로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설정이었습니다.
알데아인들은 자신들의 선조들이 남겨준 **’아틀라스(The Custodian)’**라는 초고성능 컴퓨터 시스템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겐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죠.
1. 기술의 블랙박스화 (The Black Box)
알데아인들은 버튼 하나로 행성을 숨기거나 에너지를 조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 시스템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물리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이해하는 지식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그저 조상들이 물려준 매뉴얼대로 ‘사용’만 할 줄 아는 기술적 퇴행을 겪고 있었던 거죠.
2. 유지보수 능력의 부재
행성 보호막이 오존층을 파괴하고 방사선을 내뿜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시스템을 점검하거나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도 그것이 자신들의 불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과학적 탐구 능력이 마비되어 있었습니다.
3. 의존이 불러온 무력함
그들은 아틀라스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없었습니다. 피카드 선장이 그들에게 **”당신들의 기술이 당신들을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을 때, 그들이 받은 충격은 기술적 결함을 넘어 자신들의 신념 체계가 무너지는 수준이었습니다.
에피소드의 결말과 변화
결국 에피소드 마지막에 그들은 엔터프라이즈호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은폐 장치를 끄는 법을 배웁니다. 이는 단순히 기계를 끄는 행위를 넘어, **”이제는 기계 뒤에 숨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지성을 되찾아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겠다”**는 문명적 재탄생을 의미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문명의 ‘맹목적인 의존성’을 기억하고 계신 걸 보니, 당시 그 설정이 꽤나 인상 깊으셨던 모양입니다.
혹시 알데아인들처럼 기계나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위기를 맞이하는 또 다른 SF 에피소드나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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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포인트:
“혹시 알데아인들처럼 기계나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위기를 맞이하는 또 다른 SF 에피소드나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야. 누군가가 넷상에 이 에피소드가 주는 교훈이라고 그렇게 적어 놨겠지.
1988년도의 스타트렉 제작진들은 이런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까? 웃기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