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능설에 대한 우려와 짜증 – 수정(fix) 문제

국중고딩 시절부터 서브컬처에 빠져있던 자로서 nano-banana같은 ai가 나와서 나같은 똥손도 동인활동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약간 반기는 면도 있다. 근데 이거 쓰면 쓸수록 대단하면서도 등신같고 헛점이 명확하다고 느낀다.

첫시도에 잘 생성해줘서 그게 맘에 들면 베스트다. 그러나 수정을 하고 싶다면 이제부터 지옥이 펼쳐진다. 미세 수정을 시작하면 어떤 마법의 주문을 외워도 내가 원하는 쪽으로 가기가 어렵다. 결과물에 대한 수정을 반복할 수록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 가속할수록 질량이 커져서 결코 광속에 도달하지 못하는 물리학 법칙 같다.

이 그림의 경우 초기 생성 결과물 중에서 그럭저럭 맘에 드는 것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처음 피규어 사진 가지고 출발했으니까 그나마 대충 모양 잡는건 빨랐지, 마법의 주문만 가지고 생성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썹 디테일에 문제가 있다. 원래 사진은 꽤 해상도가 높았고 속눈썹도 잘 표현되었지만 생성 과정에서 속눈썹 디테일이 뭉개졌다.

속눈썹을 좀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지만 여기서 어떤 프롬프트를 때려넣어도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수정을 시키면 시킬수록 오히려 이전세대 ai들이 보여줬던 혐오스럽고 기괴한 출력물에 근접해간다.

결국 포토샵에서 레이어를 추가하고 속눈썹을 덧대어 그려서 수정했다.

“이 분위기가 맘에 들어요. 이거 해상도가 너무 낮으니 해상도를 키워서 얼굴 디테일을 높여서 그려줘요.” 라고 사람에게 얘기했다면 설령 실력이 부족해서 별로인 결과가 나올지라도 이런 방향의 결과물을 내놓진 않는다.

사람 손으로 수정하기 싫으면 ai가 생성해준것 중에서 그나마 맘에 드는걸 골라서 만족하면 되긴 한다. pixiv등에 올라오는 ai일러스트 상당수가 그렇다. 꽤 그럴싸하지만 디테일을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하나 이상씩 보인다. 특히 손 모양이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기괴한 손가락이 되는데 그냥 포기하고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만 처리해주는 ai가 있다고 하는데 보통 거기까진 안하는 듯 하다.

손가락 문제는 nano-banana에서도 여전한데 손가락 6개로 생성하거나 요청한 손 모양이 복잡하면 형태가 이상하게 꼬여버리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이때 수정을 요구해봐야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현재 손가락이 여섯개다. 다섯개로 수정해줘’ 라고 아무리 요청해봐야 계속 같은 결과만을 뱉어낸다.

차라리 아예 다른 손 모양으로 새로 그려달라고 요구하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해서 이 녀석이 아주 많이 학습해서 어색하지 않은 패턴으로 합성해주길 기대한다. 이렇게 시도하면 어색하지 않은 손 모양이 나오긴 한다. 다만 이렇게 어색하지 않은 포즈들을 조합하게 되므로 내 원하는 포즈를 정확히 연출하는건 불가능하다.

양 다리의 길이 비례가 좀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때, 어색하지 않게 수정해달라고 해봐야 소용없다. 이 녀석은 어색한게 뭔지, 어색하지 않은게 뭔지 모른다. 이 경우도 다리 부위를 아예 삭제하고 새로운 포즈로 다리를 그려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 녀석이 만들어주는 포즈중에 다리 길이 비례가 맞아보이는걸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이 역시 내가 포토샵에서 수정해야 한다.

요새 취미질로 캐릭터 일러스트를 생성하고 있다. ai에게 요청하고 결과물 고르고 크롭해서 다시 요청하고 하는데 작업시간의 10% 정도를, 포토샵에서 외곽선 따고, 레이어 추가해서 새로 그리고 갖다 붙이고 하는 작업으로 90%를 소모한다. 10시간 작업하면 9시간이 포샵 작업이다. 물론 ai가 아니었으면 나는 아예 못그렸겠지만, 이게 사람보다 명백히 낫다는 방증은 되지 못한다.

언급한 수정에 대한 문제는 코드생성에서도 마찬가지다. ai가 만들어준 코드가 한방에 맘에 드는걸로 나오면 베스트이고 흔하디 흔한 코드 패턴은 그게 잘 된다.

그런데 자료가 많지 않고 요구사항이 복잡하면 이상한 코드를 뱉거나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는 코드가 나온다. 이것도 수정시켜보면 이미지 생성과 비슷한 무한지옥에 빠지게 된다.

아니 아주 쌩뚱맞은 코드가 나온다기 보다는 ‘많이 잘못된 코드’와 조금 ‘잘못된 코드’를 순환해서 뱉어낸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 요구사항에 대한 학습이 부족하다 하겠지.

아예 코드를 작성할 능력이 모자라는 인간들은 이렇게라도 코드를 뱉어주는게 고마울 것이다. 하지만 멀쩡하게 돌아가게 하려면 수정을 해야한다.

그 코드가 뭐가 이상한지 확실하게 알아야할 정도의 능력은 있어야, 뭐가 이상한지 알고 지가 고치든지 제대로 된 코드가 나올 때까지 ai를 갈구던가 하지.

ai무새들은 버튼 딸깍이면 요술램프의 요정처럼 원하는거 척척 나오는지 아는데. 거기서 수정시켜 보라고.

대개는 수정도 필요없고 디버깅도 거의 필요없는 정도의 뻔한 패턴의 코드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ai가 만능인줄 알지.

안그래도 요새 ai한테 디버깅시키면 된다는 놈들이 자꾸 방송할 때 마다 기웃거려서 짜증난다.

크래시 당시의 소량의 콜스택과 어셈코드만 보이는 덤프파일 가지고 디버깅을 해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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