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라 쓰고 망이라 읽는다)의 변

내 과거의 일부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알고 있는 회사, 그들이 진행했던 상당수의 프로젝트들이 마무리 되지 못하고 디스크 어딘가에 처박혀서 0과 1의 형태로만 존재하다가 그마저도 파쇄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다.

똥을 싸도. 내가 똥 쌌다는 사실만이라도 세상 누군가가 알 수 있다면 그거 의미있지 않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태어나고 죽을때까지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남겨도 아무도 모른다.
난 ‘참여’한게 아니고 정확하게 ‘내가 만들었다’고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게임을 두개 출시해서 세상에 남겼다.

성공? 그딴거 몰라. 내 인생에 성공이 있었던가?
2010년도에 상당히 기여했고 관계가 깊었던 회사를 떠날때 결심했다. 이젠 하고싶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

성공하면 하고싶은거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헛소리다.
아둥바둥 노력하면 성공이 잡히는가? 성공하고 나면 정말로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가?
돈을 벌고나면 안돌아가는 머리와 노쇠한 몸이 이전 상태로 돌아오느냔 말이다.

이 프로젝트도 그렇다. 애초에 돈을 벌려던건 아니었다.
복셀 기술이 재밌어 보였다. 온라인으로 어디까지 동기화시킬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 외에는 내 개인적인 서브컬처 취향을 넣은 데모를 만들어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게임이든 데모든 알게 뭐야. 내가 표현하고 싶은걸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세상 어딘가에는 ‘내 생산물을 보고 재밌어 할만한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가 아니고 있다. 확신한다. 있기는 있다. 수십억 인구중에 아주 소수일 뿐이지.
그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win-win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win-win은 돈이 아니다. 플라토 시스템의 MUD처럼 알아보는 사람들끼리 놀고 싶었다.

배포수단으로 스팀을 선택한게 바보짓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스팀이 아니면 아예 배포할 수단이 없다.
실제로 과거에 독립적으로 웹페이지 만들고 다운로드 링크 제공해서 배포를 했던 적도 있다. 정말 세상에 그런게 있는줄은 아무도 모른다. 힘들긴 엄청 힘들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겠지.
“인디게임 커뮤니티에 공개해봐. 거기 홍보해봐.”

많은 인디게임 커뮤니티가 있다. 다투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공개한다. 출시하고나면 출시 링크를 올리지. 누가 관심이나 가지나? 까놓고 자기 게임 외에 남의 게임에 누가 관심을 가지느냔 말이다. 난 인디게임 커뮤니티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데, 왜냐하면 자기 프로젝트의 홍보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당연하잖아.

스팀에 내 생산물을 보고 재밌어할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건 안다. 하지만 조난 당해서 병 하나와 종이 한장,연필 하나만 있다면 결국 종이에 구조 요청 메시지를 적어서 병에 넣어 바다에 던지지 않겠어? 다른 수가 있느냔 말이다. 병 하나를 부여잡고 더 좋은 환경이 찾아오길 기다리겠냐고.
스팀 출시는 구조 요청 메시지를 적은 병 하나를 바다에 던진것과 같다. 그냥 할 수 있는걸 했다.

남의 사정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들이 너무 짜증나.
도와줄거면 돈을 주던지, 밥을 사주던지, 고민이라도 들어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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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라 쓰고 망이라 읽는다)의 변”에 대한 답글 2개

  1. 제작년부터 개발기를(내용을 전반적으로 이해는 못하지만) 보고 출시됐다는 걸 알았을때 제가 다 기쁘더라고요 정말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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