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 시절 옛날 기억 한 조각.

예전에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경영자의 스타일은 이런 식이었다.
회사 안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돌리면서 각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른 프로젝트의 장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너네 A프로젝트 게임 해봤냐? 어떤거 같냐?’

나도 딱히 좋은 소리는 안했지만 물론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른 팀도 좋은 소릴 안했다. 저쪽이 예산을 많이 가져가면 상대적으로 우리가 손해보는 상황에서 좋은 소릴 해줄리가 있나.

각 팀의 장들을 압박할때 이런 식이다.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너네 게임 이래이래해서 안될거 같다는데?’

딱 실명을 언급하진 않지만 대충 어느팀 누군지 짐작 가는 내용으로 얘길 하니 모를 수가 있나.
그렇게 팀간 골은 깊어져가고…

각 팀 PD/PM들끼리 정기적인 모임을 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는데 경영진이 금지시켜서 한번 모이고 무산되었다.

내 생각엔 그 분은 ‘여론’을 중시하는 분이라 각팀 장들이 떼로 몰려와서 뭔가를 요구하는 사태가 두려웠던것 같다. 그래서 늘 각개격파. 하나하나 따로 상대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다른팀이 너네 까던데?’ 라는 뉘앙스를 풍기는걸 잊지 않았다.

이건 별로 좋지 못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으니. 뭐 서로 까기 바쁘니 경영자 입장에선 사내 여론을 수집해봐야 회사 안의 프로젝트는 모두 다 망할 프로젝트인걸로 판단된다.
게다가 서로 도와주지도 않는다. 아니 방해나 안하면 다행이지.

이런 식이다 보니 나처럼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장을 맡은 팀은 특히나 불이익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사내에서 TF팀을 몇개씩 유지했고 심사해서 정식팀을 만들곤 했는데 내가 퇴사하기 직전에 10개였나 11개였던가로 기억한다.

그 빌어먹을 TF팀 심사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난 심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굳이 들어오라고 해서 할 수 없이 들어갔다. 심사 대상의 TF팀에 대해 정식으로 올리지 말라는 의견을 냈는데 내 의견과 누구 의견인지까지 친절하게 적어서 그 팀 장에게 메일로 보냈더라.
그때 진짜 딥 빡쳤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회사 안에서 우리팀에 대해선 모두가 적이었다.

내부 인사 문제가 생겼을때 경영자는 또 다른 팀 장들 불러다가 물어봤겠지. 쟤네 어떤거 같냐. 다들 우리팀 욕했을거고.

기껏 잘 돌아가는 , 적어도 이 게임이 흥행이 잘 안되어도 다음 타이틀 두어개는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둔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날아갔던 이유로 이러한 것들이 크게 작용했을거라고 난 확신한다.

대체 이게 누굴 위한 짓이었냐고. 서로 다 망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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