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블로그 포스팅에 회의를 느낀다.

난 한국이 싫다.
아니 노무현 대통령 시절까지도 한국이 그래도 살만한 나라라고 믿었고 내가 열심히 하면 더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외에 나가면 나를 위한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것은 더더욱 아니다.
설령 내가 영어를 제법 했다고 해도 말이다.

난 가족과 자주 얼굴을 보고 싶다.
오랜 친구들과 24시간 패스트푸드에서 콜라 마시며 잡담하는게 좋다.
새벽 3시에도 석촌호수 트랙을 조깅할 수 있는것에 꽤 감사하고 있다.
내가 해외 나간다 해도 도무지 행복할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한국이란 나라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모두 트렌드에 따라 이리 쏠렸다가 저리 쏠렸다가 한다. 인구가 적고 개별 구매력이 높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같이 좀 마이너한 기술을 파는 사람은 어느새 설 자리를 잃었다. 등 떠밀려 생존을 위해서라도 해외에 나가야 할 그런 상황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난 별로 나가고 싶지 않다. 자신 없다.
진짜로 도저히 행복할것 같지 않아.

내가 가진 기술지식이나 경험을 어딘가에라도 말하지 않으면 내가 답답해서라도 못견딜거 같아 블로그질이라도 하는데, 물론 한 7년전부터도 이런 고민을 했다.
‘내가 이런 기술적 지식을 습독했는데 흥미롭다라고 외쳐봐야 이 놈의 나라에선 관심있는 사람도, 알아듣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허공에다 외쳐봐야 뭐 하는가?’
그래도 꿋꿋이 블로그질을 해왔는데 진짜 요샌 회의가 많이 든다.
한국어로 읽을 인간들은 하드웨어 사이트에서 키보드 배틀이나 뜨고 있는 국어능력 떨어지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정작 나랑 재밌게 기술 얘기할 사람들은 한국어를 몰라.
내가 뭘 만들어도, 그게 실제로 꽤 레어해도, 외국인들은 변방의 코딱지만한 나라의 프로그래머가 만들었을거라곤 전혀 생각지 않는다.

난 그저 기술적으로 재밌는 주제를 남들과 얘기하고 싶은데 그게 한국어로는 불가능하다. 이제 확실히 결론 지었다.

정말로 유감이다. 정말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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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블로그 포스팅에 회의를 느낀다.”에 대한 답글 6개

  1. 안녕하세요. 초보 프로그래머입니다. 아직 directx11.0 하고 opengl4.3 정도를 책보면서 끄적이는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실력있는 렌더링 엔진 프로그래머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영천님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고 가끔식 들어와 올리시는 글 읽곤 했습니다.(물론 발표자료도 봤었고요^^) 그런데 제 목표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영천님의 이 글을 보니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어 이렇게 댓글을 답니다. 저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언젠가 영천님과 대화가 가능한 실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지금은 한~~~참 멀었지만) 영천님도 지금은 외로울지 모르지만 힘내셔서 자신의 목표를 포기하지 마시길 희망합니다. 화이팅!! PS. 제자 신청 가능한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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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또 옵티머스에 강한 분노를 느끼는 노트북 덕후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특정 노트북 브랜드 커뮤니티에서 옵티머스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으나 결국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습니다. 한국만큼 군중심리에 쉽게 현혹되는 나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내 경험이나 지식을 통한 의견보단 다수 혹은 힘있는 소수의 논리에 동조하는 것이 우선시 됩니다. 반세기 이상을 우려먹는 용공분자 논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런 위상(?)들을 뒷받침하듯 대한민국은 OECD 가입국 중에서 실질문맹률이 가장 높습니다. 그래서 제 밥줄인 글을 쓰는 것도 점점 마이너 산업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주구장창 써봐야 이걸 읽어줄 사람이 없으니.. 남일같지 않고 그냥 그렇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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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는 완전 이제 막 대학 졸업한 사회 초년생입니다.

    제가 많이 읽겠습니다. ㅋㅋ
    (솔직히 말씀하신 내용을 100% 아니.. 10%도 이해하기 힘들긴 합니다 ㅋㅋ)

    그래도 저는 옛날부터 사람을 알아본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좋은 개발자신것 같아요)

    암튼 회의를 가지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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